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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 있다 버리지 않고 이끌어가는 것, 그게 바로 교도의 정신이다.  

 No.1 교도관 

정식 명칭 : 교정직 공무원.

교도소에서 수용자의 교정과 수용 전반의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교정(矯正) : 

1. 틀어지거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음.

2. 교도소나 소년원따위에서 재소자의 잘못된 품성이나 행동을 바로잡음.

깨닫고 바른길에

한번 들어서면

빛을 따르는 인간성

교도의 정신

 

교도관의 노래 中

교도관이란, 범죄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며

그 들을 사회에 복귀시키고 좋은 방향으로 기여할 수 있는 만드는 직업.

직업상 사람의 밑바닥을 자주 바라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류의 애가 상실된다.

그래도 끝까지 달라질 것이라 믿고 그 들을 바른길로 인도해야 한다.

 

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다양하다.

단순히 쾌락을 이유로 하거나, 찌질한 이유로 상대를 시기했거나.

아니면 생계 때문이라던가, 자신이 있을 곳이 없다던가, 실수였다던가....

 

수도 없이 많은 죄를 들여다본다.

그 안에는 구제할 수 없는 괴물들보다는

세상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죄는 특별할게 없었다, 그냥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표지판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교도관이 해야 하는 일은 단 하나였다.

그 표지판을 고쳐 올바른 길로 가게 끔, 도와줘야 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한 사람이 있었다.

너희 원수들을 사랑하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을 축복하고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선을 행하며

악의를 품고 너희를 다루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라.

 

(중략)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

 

마태복음 5장 中.

어두운 밤에 내리는 비처럼 파란색 제복을 걸치고

누구보다 강렬히 떠오르는 태양의 눈빛을 한 자.

 

재소자들의 대규모 폭동을 강경한 설득과 다정한 행동으로만 전부 막고 저지해내며

답 없다 판단된 수많은 죄인들을 모조리 갱생시켜 사회에 복귀시키고,

편지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직접 그들을 찾아가 끝까지 관리하고 감시해냈다.

그가 머무르는 교도소마다 언제나 큰일 없이 평화로웠으며,

무력함과 절망에 짓눌린 자살 시도나 굴복과 복종을 위한 폭력 또한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다 한다.

죄가 약한 상당수의 재소자들은 그가 있으면 언제나 힘 있고 무서운 자들이 기를 못 핀다며 좋아하고 반겼고

무기수나 사형수들도 그 교도관 앞에서만큼은 두 손 두발 다 들며 아무 사고 안 치고 조용히 지냈다.

청렴결백해서 뇌물 하나 받지 않고, 그 어떤 특권도 허용하지 않으며 모두를 동등하게 대한다.

이로 인해 목숨의 위협을 받아도 언제나 지는 것은 위협하던 상대였다.

우스갯소리지만, 그 교도관 혼자만 있어도 교도소 하나를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대단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일화가 있었다.

갱생의 여지가 없다 여겨진 살인마와 그에게서 가족을 잃은 교도관.

결국 그 죄인을 끝까지 교정하려고 6년간 노력한 끝에, 완전히 새사람으로 갱생시켰다던 이야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

그 말의 살아있는 표본이라며, 국내 내에서도 나름 큰 화제가 되었다.

짜고 친 거 아니냐,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그 사람을 통해 새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의 선행을 입 모아 증명하기 시작하고,

이때까지의 모든 일들이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가 No.1의 칭호를 받은 것은

이 일화를 계기로 알려지지 않았던 각종 업적들이 증명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교도관의 이름은 곽다희.

 자신의 모든 인생을 죄인 교정에 받치기로 한 사람이며

한 분야의 정상 이자 희망이라 불릴 가치가 있는 자, 다.

곽다희 비공개 설정화.png
곽다희 비설.png

★★★☆☆

Kwak Da-hee

곽다희

나이_30세
성별_여성
국적_대한민국
키/몸무게_175cm/70kg
​생일/혈액형_10.28/RH+O

           소지품           

옆으로 매는 끈가방

(MP3, 여분의 점퍼)

​궁채, 열채

화난 얼굴이 그려진 

빨간색 동그라미 스티커(11장)

​교도수첩

             스탯             

■■■■□​■■■■□​

■□

■□

STR

민첩성DEX

지력INT

​운LIK

다희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남들과 조금 다른 거라고는, 가족이 어머니 한 분이라는 것과 어머니가 국악 전문인이라는 사실뿐이었다.

그거 말고는 남들과 다른 점이 없었다. 다희라는 사람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아이였다.

그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다희는 어릴 적부터 자신만의 재능을 꿈꿨다.

희망을 노래하고 눈부신 미래를 꿈꿨다, 자신도 No.1을 목표로 삼았었다.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성인이 될 때까지 다희 자신에게 맞는 것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좋아하는 국악에라도 도전해보았지만, 결국 대학 문턱도 못 가보고 좌절하게 되었다.

그냥 별 특별한 구석 없는 일반인, 앞에 보이는 건 우중충한 현재만이 보였다.

그런데도 엇나가지 않았던 것은, 어머니 덕분이었다.

어머니가 장구에 비유하는 것들을 들으면 기운이 났다.

어떤 일이 있어도 굳건하게 자라라, 주위에 휘말리지 말아라.

그렇게 다희의 나이가 22살이 되던 무렵이었다.

│동작을 크게 해라. 그래야 단조로워 보이지 않다.

모든 흐름을 조절하고, 장단을 맞춰주는 지휘자가 되자.

​나는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 기둥이다.│

2 년동안 알바만 전전하며 다녔다, 그동안 대학 시험을 넣었지만 한 번도 붙지 못했다.

거기다 어머니는 정년이 됨과 동시에 국악에서 손을 때셨고, 당장 돈이 급해진 처지가 되어버렸다.

그때 눈에 띄었던 것은 공무원이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경쟁력이 약한 것은 교정직 공무원... 즉, 교도관이었다.

훗날 No.1이 되는 자가 해당 직업을 찾게 된 계기가 그저 생계 문제 때문이었던 거다.

 

그리고 정말 운 좋게도, 다희는 교도관 시험에서 합격할 수 있었다.

아슬아슬한 커트라인, 뽑힌 건 보완과. 그중에서도 사동 근무직.

범죄자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많은 걱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래도 공무원이니까 생각보다 괜찮은 환경일 거라고 믿었다.

 

물론 진짜 그럴 리 있을 리가.

가끔씩 이따금 행패를 부리는 막장 수감자들,

죄 지은 사람끼리 서로 싸우고 욕하는 걸 보는 일상,

한번 근무를 시작하면 외부 사람이랑 대화도 하기 힘든 환경과 빡빡하게 통제된 보안과 근무 생활.

나름 평범하게 자라난 사람이 처음 겪어보는 일에 충격을 받지 않을 리 없었다. 특히 범죄자와 관련되었으니 더더욱.

어떻게 얻은 공무원 자리인데, 다닌 지 일주일 만에 때려치고 싶어 했었다.

│모든 시작과 끝은 이 동그란 공이 달린 막대에서 시작된다.

그만큼 중요하다. 또 그만큼 잘 부러지기도 하지.

​그러니 대신 손으로 쳐도 좋다.│

다희는 어머니와 일에 대해 상담했다.

역시 그만두는 게 좋지 않을까에 대한 주제였다.

범죄자들의 민낯을 보는 건 버겁다고,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고.

어머니는 그 말을 듣더니 대뜸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명인이 내는 장구의 소리는 여름철 장맛비 소리가 나지, 어머니가 꺼낸 주제는 얼핏 보기에는 이 대화의 흐름과 맞지 않는 말이었다.

 

'비를 맞을 때, 감상에 젖어들고 마음이 씻겨내리는 것처럼 이 장구 소리도 똑같다.

잊고 살던 감정을 고동치게 하고 마음 깊이 스며든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정말 일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느냐?'

 

그 말을 들었을 때, 순간 당연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심 본인도 이 일이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그저 처음 하는 일에, 낯선 환경에서의 스트레스가 겹쳤을 뿐이었다.

 

'너는 비다. 그 중에서도 어두움을 씻어내는 장맛비같은 사람이다.

나는 이 길이 너의 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다.'

'어머니, 저는...'

'아직 일주일이다, 한 달은 채운 뒤에 다시 생각해도 늦지 않다.'

 

어머니는 다희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불의에 빠진 자를 올바른 길에 인도해주는 것.

어렸을 때부터 유독 두드러지던 다희의 특성이었다.

교도관이 되었다 했을 때, 기대에 가득 차던 눈빛을 기억한다.

힘들다 불평하면서도 의지와 생기가 가득 찬 그 몸짓을 기억한다.

그러니 이 일이 다희의 삶 그 자체가 될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

 

한번 마음먹고 적응하기 시작한 일은, 생각보다 소질에 맞았다.

재소자들의 잦은 깽판을 보다 효과적으로 저지할 방법을 깨닫고 나니 전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었다.

이 들의 상담을 듣고, 교화시키는 일을 하다 보니 꽤 괜찮은 직업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물론 길 찾는 건 꽤나 오랜 시간이 들었지만... 그건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단순 범죄자라는 깍지를 벗고 보니 눈 앞에 있는 건 그냥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보게 되었다.

되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죄를 지은 이들을 똑같은 의미의 사람이라 칭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별다른 일 없이 평범한 나날이 지나갔다.

교도관이 된 지 1년이 될 때까지는 말이다.

│나의 마음은 연약하고, 나의 몸은 강인하지 않다.

그래서, 그게 뭐 어떤가.

살아가고자 하는 한.

​나는 내 길을 끊임없이 연주할 것이다.

이별은 갑작스레 찾아온다 들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 갑작스러운 거 아닌가?

 

유난히 날씨 좋고, 모든 일이 잘 풀리던 날이었다.

그런 운수 좋은 날에 불현듯 한 장의 사망통지서를 받았다.

원인은 살인이었고, 이유는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더욱 더 끔찍한 것은, 나의 가족을 죽인 살인마가 내가 있는 교도소에 입소했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게 급작스러웠다.

 

그 원수가 내 담당이 되었다는 말을 소장에게 들었을 때,

그럭저럭 적성에 맞고 괜찮았던 일자리가 마치 지옥의 한가운데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은 충동적 동물이다.

눈앞의 있는 원수를 볼 때마다

욕지거리를 쏟아내고,

이유 없이 폭력을 휘두르고,

목을 졸라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나는 사람이기에, 그 충동에 휩쓸리고 싶어 했다.

하지만, 참아냈다. 어떻게든 버텨냈다.

자신은 죄를 심판할 재판장도 아니었으며, 복수를 위해 죄를 저지르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떠올랐다.

손에 쥔 것들을 보았다. 궁채와 열채, 어머니의 유품.

귓가에 울리는 장구 소리, 비와 같은 자가 되라는 말씀...

 

생각했다.

내 일은 범죄자를 관리 감독하고 교화시키는 것.

몇 달간, 자신의 원수를 바라보았다.

갱생이 불가능하다고 판정된 죄인.

언제나 남에게 시비를 걸고, 해를 입히는 걸 좋아하는 악인.

그도 분명 사람이었다, 자신의 결론은 그러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였다.

│좌절하지 않고 다른 길을 찾는다.

포기하지 않고 목적을 이룬다.

내 두손은, 죄인을 교화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어쩌면 위선을 떠는 걸 수도 있겠다.

내가 착한 척을 하고 싶었던 걸 수도 있겠다.

아니면 복수일지도 모르겠다.

내 선에서 최대한 노력 가능한 복수였을지도 모른다.

 

이유가 뭐든, 이제는 그리 중요하지는 않겠지.

 

원수를 교정하고자 했다.

물건이 그렇듯, 사람도 흔히 고쳐 쓰는 게 아니라 하지만

그게 내 일이니까 행했다, 아무리 괴롭다 해도 이행했다.

그가 자신을 업신여기든, 무시하든, 욕하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잘했다면 잘했다 말하고, 잘못했으면 그에 대응한 벌을 주었다.

가끔 해코지 당할뻔했지만, 딱히 무섭지 않았다.

어차피 나에게 상해를 입히면 피해 입는 건 그 원수였다.

그보다 더 무서운 조폭도 상대해봤는데, 뭐가 두려울까.

 

그냥

그냥... 증명하고 싶었다.

이딴 것도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비다.

의로운자와 불의 한 자에게 내려,

그들 안 어딘가에 깊이 스며들어와

잊고 있던 감정을 고동치게 만드는 것.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그쳐버려선 안된다.

​이것은 나의 신념, 나의 의지를 뜻한다.

다른 자들을 보았다.

있을 자리가 없어 강도질을 반복하는 늙은 이.

생계유지가 힘들어 편의점에서 돈을 훔친 자.

한순간의 실수로 사람을 죽인 남자.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길 가던 사람을 인질로 잡은 여자.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재소자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규모가 너무나도 컸다.

그렇지만 언젠간 일어날 일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딱히 거창한 말은 하지 않았다.

후일을 경고했고, 사실을 알리고, 회유를 했다.

미래를 약속하고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 약속했을 뿐이었다.

모든 책임. 그래, 내가 모든 재소자를 책임지겠다는 거였지.

그 들의 끔찍하고도 슬픈 이야기를 하나하나 듣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떤 것이든 수년간 원수와 얼굴을 맞대며 같이 지내는 것보단 나았으니까.

 

무수히 많은 죄들을 보았다.

나는 틈틈이 그 안을 헤집어 사람을 꺼내었다.

꺼내진 사람들은 죄를 뉘우치고, 다르게 변하고자 노력했다.

그런 자들을 최대한 도왔다, 새사람이 되고자 하는 자들을 지지해 준다.

물론 끝까지 달라지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조차도 난 들여다보았다.

 

원수를 계속 교정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게 있었다.

 

죄를 저지르는 건, 정말 쉽다는 사실을.

그것을 깨닫고 뉘우치는 건 정말 힘들다는 사실을.

나는 내 손으로 교화시킨 자들이 보낸 편지들을 읽어내렸다.

 

감사합니다.

주임님 덕분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 들은, 시간이 났을 때 돌봐줬던 자들이었다.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그들은 빠르게 달라졌다.

그 안에서 작은 깨달음을 보았다.

 

나는 잘 하고 있구나.

나는 아직도 그들에게 내리고 있구나.

틀리지 않았겠구나.

│...누군가의

후회와

반성과

생이

다시 한번 더 나를 부른다면...│

참으로 긴 세월이었다.

어림짐작해봐도... 6년은 훌쩍 지난 것 같았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연쇄살인마.

나의 원수가 무릎 꿇으며 참회하던 순간.

교도소에 오래 지내다 보면, 그들이 흘리는 눈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할 수 있었다.

이 눈물은 진짜였다. 어둠 사이에서 빠져나온 빗물.

 

물론, 나는 그를 용서하지 못 했다.

누가 자신의 원수를 쉬이 용서할 수 있을까.

그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굳이 자신을 용서해 달라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 가만히 있었다. 그 후로는 서로 만나는 일이 없었다.

그저 그가, 다시는 누군가의 생을 앗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괴롭고 힘겨운 나의 생에 유일한 위안이 되었다.

 

그냥 그런 뻔한 이야기였다.

그랬어야 했는데...

 

'주임님!!! 오늘 뉴스 봤어유?'

'뉴스? 못 봤습니다만...'

'지금말여유! 주임님 이야기가 쫙 다 퍼졌다구요~!!'

 

어디서 이야기가 세어 나간 건지 모르겠다.

매스컴에 내 이야기가 쫙 퍼져있었다.

뉴스 댓글 창을 열어보면 항상 갑론을박의 장이 열려있었다.

많은 재소자들의 교정에만 모든 생을 쓰고 있었던 터라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잘 몰랐다.

 

혼란스러웠다, 일을 하나 끝내니 더 큰일이 생겼다.

이제는 진짜 일을 그만둬야하나... 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때부터였을까.

갑자기 나에 대한 미담이 하나 둘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은.

처음은 있을 자리를 잃어 죄를 반복한 할아버지였다.

그다음은 생계가 힘들어 돈을 훔친 자.

그다음은 실수로 사람을 죽였던 자

그다음은...

 

내가 원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행한 일들을 되돌아보았다.

그저 모두를 똑같은 사람으로 보았다.

죄의 경중은 그다음으로 보았다.

살아온 이야기를 경청하고, 주어진 새 삶을 잘 살아가길 기도했다.

편지가 오면 시간을 내서라도 답장을 보냈고, 가끔은 그들이 새로 일하는 곳을 찾아가기도 했다.

 

교도관으로 당연한 일을 하고

해야만 하는 일을 했을 뿐이었다.

 

그것이 선행이란 이름의 결과로 되돌아왔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고

원수마저 사랑하는 사람.

 

다 걷고 보니 내가 걸은 길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곧고 바른 길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나는

​어두움을 씻어내리는 장맛비 같은 사람이 되리라.

29살이 될 무렵, No.1 교도관이 되었다.

예전에는 그렇게 멋지고 희망적으로 보였던 그 이름.

끝없는 노력과 아픔을 겪고 나니, 그저 조금 더 대단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No.1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들으면 기만이라 하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이걸 가지고 자만하지 말자.

내가 해야 할 일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으니까.

더욱 정진하고 갈고 닦아야 한다.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이 세상 모든 어두움이 사라질 그날까지

계속...

  과거사                                                                                      

│장구를 치며 어머니의 가르침을 기억한다.

​초심을 유지한다. 몸과 마음을 정돈한다.│

0

"주임님? 아, 잘 기억나죠~! 늘 여기저기 돌아다니시고

우리 같은 사람들 관리도 하고 상담도 해주고... 평등하게 대해주셨어요!"

-

올해로 8년 차 되는 교도관.

늘 주머니에 궁채와 열채를 들고 다니는, 특이한 성정의 소유자.

적지도 아주 많지도 않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다희가 해낸 업적들은 희망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재소자들의 관리 감독, 고충 상담, 경고 스티커 붙이기... 자살 시도 방지, 영치금 관리 등등... 워낙 하는 일이 많아 말하자면 끝이 없다.

혼자의 힘으로 거뜬히 3인분 정도의 일은 해치운다고 한다.

그 무엇보다 더 큰 재능은 바로, 범죄자에게서 사람을 본다는 것.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편견을 가지지 않으며

공평하고 공정한 눈으로 모두를 평등하게 대한다.

 

그래서일까?

유독 그의 도움을 많이 받은 출소자들은 언제나 다희에게도 많은 신세를 졌다고 입 모아 말한다.

1

"곽다희 교위 말인가요? 네, 현재 같은 교도소 동료입니다. 

그분은 거의 교도소 안에서 살다시피 하고 계시죠.

...길만 자주 잃으시는 것만 빼면 정말 좋은 분입니다."

-

계급은 교위, 일단은 7급 공무원.

주변 사람들에게 '주임님'이라고 불린다.

워낙 일을 잘해 승진이 빨랐다. 본인이 원한다면 더 올라갈 수 있지만 딱히 그럴 생각은 없어 보인다. 

No.1이 되기 전에도 교도소장 사이에선 일 잘한다 소문이 퍼졌던 나머지, 다른 교도소에서 파견 나가 일한 적도 많았다 한다.

본인이 자처한 거지만 쉬는 날 없다시피 교도소 근무만 해댄다. 동료 왈, 일과 결혼한 사람.

본인도 어차피 교정 업무에 평생을 받치겠다 다짐하기도 했고, 이젠 바깥세상보다 여기가 더 자기 세상 같아서 맘 편하다 한다.

물론... 그렇다고 새로운 것들과 새로운 사람들을 보는 게 싫다는 건 아니겠지만...

2

"주임님, 대단하쥬~! 나였잖아? 그럼 벌써 고놈 한대 팼을꺼여!"

-

어머니가 살해당해 돌아가신지 7년 정도 됐다.

궁채와 열채는 받은 선물이 아니고 어머니의 유품이다.

MP3에 들어있는 국악도, 어머니가 연주하던 음악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단둘이서만 지내왔기에, 아직도 어머니를 잊지 못하고 가슴속에 품고 있다.

그 아픔을 어느 정도 치유하고자, 찾아 헤맨 게 바로 종교였다.

하필 기독교인 이유는, 가장 힘들 때 본 것이 마태복음에 적힌 원수를 사랑해라. 라는 파트를 읽었기 때문이다.

  

가끔 가슴이 사무치도록 괴로워질 때마다, 명상을 하며 어머니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당신을 잊지 않기 위해,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여담이지만, 일하면서 번 모든 돈들은 범죄 피해자 연대에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3

 "사람마다 저마다의 신념이 있을 겁니다. 저도, 저 만의 기준이 존재합니다."

-

사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확실하다.

한번 믿은 사람은, 끝까지 믿는다. 신뢰하기 시작했다면 먼저 배반하지 않는다.

상대가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더라도,

상대가 자신에게 죽을 만큼의 고통을 준다 하더라도,

이 사람은 그 상대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기회나 용기만 주어진다면 달라질 수 있는 존재.

 

그게 곽다희라는 사람의 중심을 잡고 있는 신념이다.

설령, 그 과정이 괴롭고 아프며 포기하고 싶을 정도라 하여도

그는, 이 기준을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기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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